앞선 글에서는 복합재료의 스펙과 재료 물성, 그리고 데이터시트의 숫자를 설계 변수로 읽는 방법을 정리했다. 그런데 실제 개발에서는 그 다음 단계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비복합재료 분야의 시스템 엔지니어가 소재 공급업체나 부품 제조사에 “이 복합재료의 물성이 얼마냐”고 묻고, 받은 숫자를 그대로 해석 모델의 입력값으로 넣어 설계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내 경험 상 대다수의 시스템 엔지니어가 개발 초기에 전문가의 도움 없이 단순히 물성만 물어보고 개발을 진행한 후 최종 성능평가나 납품 시 제출 서류로 재료 물성 시험 성적서 제출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곤란상황이 발생하였다.
이 방식은 금속이나 폴리머 재료에서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어도, 복합재료에서는 자주 실패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복합재료의 서례 입력값은 단일한 대표 물성 하나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구조는 쿠폰 시험과 다르고, 적층이 다르고, 결함과 환경이 존재하며, failure mode 역시 단순 인장 파단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MIL-HDBK-17(미국 국방부 복합재료 핸드북, 최근 SAE로 이관되어 CMH17로 명칭이 변경되었다)도 핸드북의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특정 재료/공정/샘플링/시험 조건에서 확보된 재료 데이터이며,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추가 데이터와 equivalency, laminate 이상 구조 레벨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공급업체의 물성표는 설계의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곧바로 설계 입력값이 될 수는 없다.
제조사 물성표는 왜 바로 설계값이 아닌가
복합재료 데이터시트에 적힌 값은 대부분 다음 중 하나다.
- 대표값
- 평균값
- 제한된 조건의 시험값
- 특정 적층, 특정 공정, 특정 환경에서 얻은 값(주로 라미나 레벨, 상온/건조, 오토클레이브 진공백 성형)
문제는 실제 구조가 그런 조건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부품은 다축 응력 상태를 받고, 체결부와 구멍을 포함하며, 온도와 수분의 영향을 받고, 피로와 충격 손상을 경험한다. 게다가 복합재료는 다른 재료와 비교하여 공정 편차, void, fiber misalignment, cure variation, ply waviness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MIL-HDBK-17은 material basis values를 handbook의 핵심 대상으로 다루지만, 동시에 design allowable values는 application dependent하며 추가적인 고려가 포함된다고 명확히 구분한다. 또한 실제 적용에서는 laminate 또는 그 이상의 구조 복잡도 수준에서 추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설계 초기에 “이 소재의 강도가 얼마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 더 정확한 질문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어떤 failure mode에 대해, 어떤 환경과 수명 조건에서, 어떤 신뢰성 수준으로 쓸 수 있는 설계값은 얼마인가?
Material Basis Value와 Design Allowable은 다르다
복합재료 설계에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개념은 material basis value와 design allowable이다.
MIL-HDBK-17은 material basis value를 composite material system의 intrinsic property에 가까운 값으로 다루고, design allowable values는 실제 적용 구조에서 추가 고려를 포함하는 값이라고 설명한다. Handbook 자체의 초점은 material basis values에 있으며, design allowables는 application dependent라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이 차이를 실무적으로 풀어 쓰면 다음과 같다.
- Material basis value: 이 재료계가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물성을 가지는가
- Design allowable: 이 재료를 이 구조, 이 공정, 이 환경, 이 failure mode에 대해 실제 설계에 얼마까지 허용할 것인가
즉 전자는 재료 데이터이고, 후자는 설계 데이터다.
둘 사이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항목이 많다.
- laminate effect
- notch sensitivity
- open-hole effect
- joint efficiency
- damage tolerance
- fatigue degradation
- hot/wet degradation
- process equivalency
- manufacturing variability
- inspection capability
그래서 설계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은 “A-Basis인가, B-Basis인가”보다 먼저 “우리가 결정하려는 값이 material basis인지, design allowable인지”다.
A-Basis와 B-Basis는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A-Basis와 B-Basis는 복합재료 설계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이 값의 의미는 생각보다 자주 잘못 이해된다.
MIL-HDBK-17에 따르면 B-Basis는 재료 물성 분포의 10th percentile에 대한 95% lower confidence bound이고, A-Basis는 1st percentile에 대한 95% lower confidence bound이다. 또한 basis value는 충분한 샘플링과 배치 수가 필요하며, B-value 도출 시 한 가지 물성, 한 조건의 환경 시험에 대해 최소 18 specimen과 프리프레그 3 batch가 필요하며 A-value는 더 엄격하게 최소 30개 이상의 시편을 요구한다.
즉 A-Basis와 B-Basis는 평균값이 아니라 산포와 샘플 불확실성까지 반영한 통계적 하한값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오해를 하나 정리해야 한다.
A-Basis를 쓴다고 해서 설계가 자동으로 충분히 보수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왜냐하면 A-Basis와 B-Basis는 어디까지나 재료 물성 분포의 하한값이지, 실제 시스템의 failure probability를 직접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구조 시스템의 실패 확률은 재료 강도 분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 실제 하중 분포
- 사용 환경 분포
- 구조 redundancy
- 제조 편차
- 결함 검출 수준
- 안전계수
- 해석 불확실성
- 손상 누적
- validation 수준
이 모두가 함께 작동한다.
따라서 “A-Basis는 1%니까 연간 생산량의 1% 이하에서만 사고가 발생한다”라는 해석은 맞지 않다. 그것은 material percentile과 system failure probability를 혼동한 것이다.
Design Allowable은 시스템 엔지니어가 결정하는 값이다
여기서 핵심 메세지가 나온다.
복합재료 설계에서 design allowable은 통계적으로 계산된 A-Basis나 B-Basis를 그대로 붙여 넣는 값이 아니다. 실제 design allowable은 시스템 엔지니어가 다음 항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 Failure mode
- 적용 구조 레벨
- 하중의 확률적 성격
- 환경 영향
- 제조 공정과 equivalency
- 손상 허용 개념
- 검증 시험 수준
- 목표 reliability
즉 설계값은 단순히 “재료가 얼마나 강하냐”가 아니라,
시스템이 요구하는 신뢰성을 만족하기 위해 재료, 공정, 시험, 해석, 안전계수에 어떻게 여유를 배분할 것인가
의 결과다.
이 지점이 비복합재료 분야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하다. 공급업체가 준 대표 물성이나 쿠폰 기반 material property data 혹은 material basis value는 출발점일 수 있지만, 그 값만으로 구조 설계를 닫아버리면 후속 평가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복합재료 개발자들은 처음 적용할 reference property를 정의하고 시스템 레벨에서 초기 설계를 진행하는 동안 재료 물성에 대한 검증 시험을 진행한다. 재료의 검증 시험이 완료되면 진행해온 설계/해석에 확인된 실제 재료의 design allowable을 업데이트하여 상세 설계를 진행하는 절차로 진행을 한다. 설계와 재료 시험을 병렬로 진행하는 것은 재료 검증 시험을 모두 마치고 설계를 시작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DNV ST-C501은 왜 좋은 비교 사례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을 설명할 때 DNV OS-C501(노르웨이 선급협회의 Offshore Standard – Composite Components 문서로 최근 Offshore Standard에서 Standard로 변경이 되어 DNV ST-C501로 변경이 되었다)을 가져오는 것은 매우 유효하다. 이유는 이 표준이 복합재료를 단순히 재료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failure mode와 target reliability를 가진 구조 시스템 문제로 다루기 때문이다.
DNV ST-C501의 설계 철학은 먼저 기능 요구(functional requirement)와 failure mode를 정의하고, 그 failure mode에 대응하는 failure mechanism과 design equation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설계는 LRFD(Load Resistance Factor Design) 형식으로 수행되며, characteristic load와 characteristic resistance에 partial safety factor를 적용해 acceptable and consistent reliability levels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즉 DNV의 관점에서는 설계가 이렇게 진행된다.
- 무엇이 고장인가를 정의한다.
- 그 고장을 일으키는 failure mechanism을 정의한다.
- characteristic resistance를 정의한다.
- safety class와 failure type에 따라 partial factor를 적용한다.
- 목표 reliability를 만족하는지 본다.
이 접근은 material basis 값을 출발점으로 삼을 수는 있어도, 설계값을 그것과 동일시 하지 않는다.
DNV는 Characterisc Value와 Design Value를 분리해서 본다
DNV ST-C501의 중요한 점은 characteristic strength와 design에 사용하는 값을 분리한다는 데 있다.
표준은 LRFD 형식에서 partial load effect factor 와 partial resistance factor 를 사용하고, 이들의 곱 이 target reliability에 맞게 calibration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resistance factor는 강도의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system effect factor까지 별도로 둔다.
즉 단순화해서 쓰면 다음과 같은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 characteristic value 자체가 곧 design value는 아니라는 점
- partial factor는 arbitrary한 숫자가 아니라 target reliability에 맞춰 calibration 된다는 점
- 시스템 효과가 있으면 개별 부품은 시스템 전체보다 더 높은 신뢰성이 필요할 수 있다느 ㄴ점
DNV는 실제로 system effect factor 도 도입한다. 즉 어떤 시스템에서는 부품 하나의 실패가 곧 시스템 실패로 연결되므로, 전체 시스템 목표 신뢰도를 만족하기 위해 개별 부품은 더 높은 수준으로 설계되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논리는 자동차의 현가부품, 회전체 근처 구조, 압력용기, 구동계 주변 부품 같은 곳에서도 충분히 시사점이 크다. 핵심은 산업 분야가 아니라 시스템 결과의 심각도와 failure mode의 성격이다.
시스템 중요도가 높으면 “몇 퍼센타일을 쓸까”보다 “어떤 reliability 체계를 쓸까”가 중요하다
자동차처럼 연간 생산량이 크고 안전 중요도가 높은 분야를 생각해보자. 여기서 시스템 엔지니어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A-Basis를 쓸까, B-Basis를 쓸까”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다음이다.
- 이 부품은 safety critical한가
- failure가 brittle한가 progressive한가
- failure 시 consequence는 무엇인가
- load uncertainty는 얼마나 큰가
- 제조 편차와 현장 편차는 어느 정도인가
- inspection이나 maintenance로 risk를 줄일 수 있는가
- component test와 system test를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가
DNV ST-C501은 safety class와 failure type에 따라 서로 다른 target reliability level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ULS(Ultimate Limit State, 극한한계상태)에서 Low/Normal/High safety class와 Ductile/Plastic 또는 Brittle failure type 조합에 따라 목표 reliability level이 달라지고, 그에 맞춰 factor level이 선택된다.
이 방식이 주는 메세지는 명확하다.
설계값은 “몇 퍼센타일의 재료값을 쓸까”만의 문제가 아니라, 목표 신뢰성을 어떤 구조로 달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즉 항공에서 A-Basis를 쓴다고 해서, 자동차나 풍력, 해양, 압력용기에도 동일한 사고방식이 그대로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항공은 certification과 shared database(NCAMP, AGATE) 중심의 material basis 사고가 매우 강한 반면, DNV류의 접근은 보다 명시적으로 system reliability와 failure mode를 전면에 둔다.
풍력의 경우 DNV 및 한국 선급의 Safety Factor에 관한 것을 보면
여기서 재료에 대한 안전계수 은
- : 기본 안전계수 (1.35) – 데이터 신뢰도에 따라 1.1 가능
- : 열화/환경 영향 (1.35) – 1.1 ~1.35 사이로 설정
- : 온도 영향 (1.1)
- : 공정 영향 (1.1) – 1.1 ~1.2 사이로 설정, 예 hand lay-up vs infusion
- : 후경화 영향 (1.0) – 후경화 적용 유무에 따라 1.0 ~ 1.1로 설정
* 위의 safety factor는 특정 조건에 대한 것을 가정한 값.
다시 계산을 하면
여기서 load에 대한 safety factor 가 1.35라고 가정을 하면
2.98의 safety factor를 적용할 수 있다.
물론 풍력에서도 DNV ST-C501과 같이 safety factor이외에 재료의 기본 물성 정보는 characteristic value라는 통계값을 기반으로 한다.
복합재료 설계에서 시스템 엔지니어가 실제로 해야 하는 일
복합재료 설계 초기에 시스템 엔지니어가 최소한 아래 항목은 직접 판단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복합재료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1. failure mode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복합재료는 “강도 하나”로 설계할 수 없다.
- fiber-dominated tension
- fiber-dominated compression
- matrix cracking
- in-plane shear
- delamination
- buckling
- open-hole failure
- joint failure
- fatigue
- impact damage
- long-term stress rupture
중 무엇이 실제 지배 failure mode인지 먼저 정의해야 한다. DNV 역시 functional requirement에서 failure mode를 정의하고, 그 failure mode를 재료 수준 failure mechanism과 연결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둔다.
2. material basis와 design allowable을 구분해야 한다
A-Basis, B-Basis는 재료 통계값이다. design allowable는 거기서 바로 끝나는 값이 아니다. MIL-HDBK-17에서도 basis value에서 시작해서 structural substantiation으로 이어지는 building block 접근을 강조한다.
3. equivalency를 확인해야 한다
기존 데이터베이스 값을 가져다 쓰려면, 현재 재료/공정/제조 조건이 원래 데이터베이스와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MIL-HDBK-17은 shared database를 사용하려면 using organization이 동일한 재료와 공정을 일관되게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4. 환경과 수명 조건을 설계값에 반영해야 한다
실온 건조 쿠폰 데이터로 고온 습윤, 화학 노출, 피로 수명, 충격 후 잔존 강도를 대체할 수는 없다. DNV도 환경과 장기하중, fatigue, impact, damage 상태를 별도 장으로 다룬다.
5. 목표 reliability를 정하고 factor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어떤 부품은 평균보다 약간 보수적인 값이면 충분할 수 있지만, 어떤 부품은 system consequence 때문에 훨씬 높은 reliability가 요구된다. 이 판단은 재료 엔지니어가 아니라 시스템 엔지니어가 해야 한다.
결론
복합재료 설계에서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공급업체가 준 대표 물성값, 또는 A-Basis와 B-Basis 같은 material basis value를 그대로 설계값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design allowable은 그런 식으로 정해지는 값이 아니다.
MIL-HDBK-17이 보여 주는 것은 material basis value의 엄격한 통계적 정의와 building block 접근이고, DNV ST-C501이 보여주는 것은 failure mode, safety class, LRFD, target reliability를 포함한 시스템 수준의 설계 철학이다.
따라서 복합재료 설계에서 올바른 질문은
“이 재료의 물성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이 시스템에서 어떤 failure mode에 대해, 어떤 환경과 수명 조건에서, 어떤 신뢰성 수준의 design allowable을 쓸 것인가
여야 한다.
복합재료를 재료 데이터 문제로만 보면 결국 개발 막바지의 평가에서 실패한다.
복합재료는 재료이면서 공정이고, 구조이며, 통계이고 결국 시스템 신뢰성의 문제다.